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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회고HYE-ON.log 2024. 2. 4. 17:49
2022년 회고는 적다가 지웠다 적다가 지웠다 하다가 결국 쓰지 못했다. 중순에 있었던 해산의 과정을 되돌아보기가 힘들었고, 적다 보니 좋지 않은 기억만 자꾸 되새기게 되는 것 같아서 그만뒀다. 금방 까먹을 것 같진 않으니 언젠가 다시 돌아볼 수 있는 날이 온다면 그때는 짧게나마 기록해 둘 수 있지 않을까.
2023년 12월 21일. LA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회고를 적기 시작했다. 왕복 합하면 24시간이니 비행기에서 할 것도 없고 끝내면 된다고 호기롭게 생각했는데 갈 때는 옆자리 유학생이랑 떠들고 올 때는 자느라 완성하지 못했다. 그래서 한국에서 1월 5일까지 회고를 작성하고 1월 28일에 블로그로 옮기고 있다. 그리고 2월이 되어서야 퇴고를 하고 발행 버튼을 누른다.
🧑💻 이직 (혹은 취뽀?)
2022년 11월 토스코어에 합류했다. 여신의 'ㅇ'도 모르고 대학도 안 갔으니 학자금 대출도 없는 내가 대출 silo (지금은 team이 되었다)에 합류한다는 건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 알게 되었다. 여신, 금리, 대환... 모르는 단어 투성이라 서비스 도메인을 이해하는 것부터가 어려워 토스뱅크의 온보딩 세션까지 추가로 신청해서 들었다. 그리고 입사하자마자 온보딩 절차와 함께 개발에 투입되었는데, 성격상 이게 오히려 더 좋았던 것 같다. 팀원들도 모두 좋은 사람들이라 적응도 금방이었지만 '왜 내가 뽑혔지?'라는 의문은 계속되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팀 내에서 꽤 잦은 구성원 변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좋아서 1년이 넘어가는 지금까지도 같은 팀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대출이라는 도메인 특성상 엄청나게 실험적인 이터레이션을 하기는 어렵지만, 서비스 부스팅을 하거나 기타 목표를 위한 주변 서비스 개발들에서 여러 시도를 해보고 있다.
워낙 TDS(Toss Design System), 플랫폼, DevOps, 환경, 라이브러리 등이 잘 갖춰져 있어서 잘 만들어진 블록을 가져다가 쌓기만 하면 되는 기분이다. 속도와 안정성에 있어서는 최고의 툴들이지만, 개발자의 삶을 거시적으로 바라봤을 때 이래도 괜찮을까, 하는 위화감은 지울 수 없다. 그럼 따로 공부나 프로젝트라도 해야 하는데 그럴 시간은 또 없으니 어쩌면 좋을지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보는 게 2024년의 주요한 숙제가 될 것 같다.
궁금해하실지도, 검색을 하실지도(나의 경우는 입사 전 토스 입사 후기 같은 것을 엄청나게 검색해서 봤었다.......), 검색에 걸릴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 합류 1주년 겸으로 '토스'라는 조직에서의 장단이 뭔지, 들어가기 전후 조직에서의 다른 점이 무엇인지를 조금 적어보려고 한다. 트라이브와 팀마다 성격과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내가 적은 것이 토스라는 거대한 조직의 전체적인 분위기라고 읽히지 않길 바란다. 내가 1년 하고 2개월 동안 함께하고 있는 하나의 팀 기준으로 작성한 내용이다.
🔀 들어가기 전 후
역삼의 등대, 토양어선, 돈 많이 주는 이유가 일 많이 시키기 때문... 등의 무서운 소문이 파다하고 나 역시 그렇게 믿고 떨며 들어왔었다. 마찬가지로 이것도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인 것 같다.
일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모두 욕심이 많은 사람들이 모였으니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이루고 싶은 것도 많다. 대신 원한다면 조절할 수 있다. 작년 말, 방학을 앞두고 PO/PM이 다른 프로젝트 두 개의 일정이 맞물렸는데 아무리 시간을 쪼개고 각을 봐도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우선순위가 높은 업무를 처리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고, 팀에 일정 관련하여 양해를 구했다. 기존에도 FE 리소스가 부족하다는 걸 팀에서 인지하고 있었던 덕분에 큰 문제가 생기진 않았다. 주기적으로 리소스나 업무 강도가 괜찮은지 여러 방향으로 살펴주시고 계시기 때문에 업무량은 많아도 부담 없이 일을 이어나가고 있다.
들어오고 3MR(3 month review. 입사 후 1.5달, 3달째에 내가 지정한 리뷰어로부터 내가 어떻게 업무를 진행했고 기여를 했는지 등에 대한 리뷰를 요청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이다. 스트라이크 제도는 사라졌다.)를 넘어 1주년이 되기 전까지도 걱정이 컸다. 왜 내가 뽑힌 거지, 전산 오류 아닐까, 1인분을 하지 모해서 팀에 짐이 되면 어떡하지 등. 긴 시간 나에 대한 의심과 걱정이 이어졌지만 이제야 그래도 1인분은 하고 있고, 면접과 입사 당시 조금 부족한 면이 있었더라도 내가 빨리 배우고 적응할 수 있기 때문에 뽑혔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다행인 일이다! 그래도 긴장을 놓진 않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올해도 임할 예정이다.🪄 장점과 단점
👍 장점
- DRI를 확실하게 보장한다. FE 업무에 대한 결정권은 나에게 있다. 이터레이션이나 개선 작업을 할 때도 나의 리소스와 의견이 존중된다. 당연히 이유 없이 일정을 길게 잡거나 미룰 수는 없다. 적절한 이유를 가지고 공감대를 형성. 즉, 설득을 하면 된다.
- 방대한 라이브러리와 TDS. 개발 환경 세팅이 생산성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린다. 내가 서비스 개발 조직에 있다면 플랫폼 성향의 업무나 DevOps 고민 등은 이 작업을 맡아주는 팀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서비스를 개발, 운영하는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다.
- 좋은 동료와 질문을 두려워하지 않는 분위기. 실험에 대한 질문이든 데이터에 대한 질문이든 개발에 대한 질문이든 주저않고 찾아가서 질문할 수 있다. DM이든 자리로 직접 가든 공개 채널이든 상관없다. 답을 아는 사람은 성심성의껏 답을 해준다. 나 역시 많이 묻고 아는 것은 성실히 대답해 준다. 그렇게 거대한 질문 데이터가 쌓인다. 슬랙에 쌓인 히스토리들을 검색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공유도 많다.
👎 단점
단점은 앞에서 적은 장점에서 오는 부작용들이 대부분이다.
- 라이브러리나 TDS가 너무 잘 되어있다보니 React.js, CSS, Next.js 등 기본적인 스택들을 raw한 상태로 쓸 기회가 없어 까먹고 있다...! 회사 외적으로 개인이 TDS의 안온함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 DRI가 나에게 있다는 것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고 그 책임도 내가 져야 한다는 뜻이다. 다행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석고대죄할 만큼 큰 잘못을 한 적은 없으나 늘 그 각오를 하고 임해야 한다.
- 히스토리는 많으나 문서화가 되어있지 않다. 왜 문서화가 안 되어있지? 하고 입사 초반엔 불만을 표했으나 올라오는 양에 비해 문서화를 할 시간이 없다. 진부한 변명이지만 실제로 그러했다....... 조직에서도 늘 염두에 두고 있는 문제고 여러 방향에서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
💫 개인의 2023년은 어떠했는지?
회사 외 개인 회고할 내용이 있나 잠시 멍 때리며 생각해 봤다. 딱히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고 몇 개 꼽자면 아래와 같다.
PT를 시작했다. 1월 정도부터 시작했으니 한 1년 조금 넘게 했다. 운동을 꾸준히 해도 체질상 먹는 양이 받쳐주질 못해 근육량이 늘거나 바프를 찍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자주 아파서 강도도 재활운동 수준이지만 꾸준히 하고 현상 유지를 한다는 점에서 혼자 만족하고 있다.
부지런히 여행을 다녀왔다. 2022년 겨울방학 삿포로, 2023년 여름휴가 오사카, 11월 콜드플레이 콘서트를 위한 도쿄, 2023년 겨울방학 미국 캘리포니아(LA, 그랜드캐년, 샌프란시스코)까지. 유일하게 숨통이 트이는 순간들이었고 콜드플레이 콘서트에 간다는 버킷리스토 달성할 수 있었던 한 해였다. 친구, 아빠와 다녔던 여행들이라 올해는 온전히 혼자서도 가보고 싶다. 계획이 없어도, 스트레스 받고 있는 걸 지키지 못해도 스트레스를 받는 편인데 계획 없이 여유롭게 돌아다니며 책도 읽고 커피도 마시고 사람도 만나보고 싶다. 올해의 목표는 스페인, 독일, 영국, 캐나다 중 한 곳인데 어디든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미국 여행 후기는 따로 쓰기로........
새 취미를 만들었다. 작년에 연극 '온더비트'를 보고 무려 초등학생 때부터 너무 하고 싶었던 드럼 레슨을 시작했다. 한 3-4개월 정도 쳤고 매우 즐겁게 다니고 있다. 칠 줄 아는 곡도 4곡 정도가 됐고 일주일에 1시간뿐이지만 평소에도 좋아하는 밴드 곡들을 귀가 멍해질 정도로 꽝꽝 치고 오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언젠가 개발자 그만두고 드러머가 될지도 모르겠다.
🐲 2024년은
- 기록을 열심히 하기: 기록은 유독 디지털로 하기 힘들어서 내 마음대로 구성할 수 있는 다이어리를 샀다. 위클리와 데일리 업무일지, 월말 기록을 혼합해서 구성해 두니 생각보다 부지런히 쓰게 되는 것 같다. 쌓아두었던 스티커들을 사용하기도 재미있고 라벨기도 사서 아기자기하게 꾸며보고 있다. 이대로만 12월까지 계속되어 준다면!
- 영어 공부하기: 미국 여행 중 구글 오피스를 초대받아서 가볼 기회가 생겼는데 직접 일하고 계시는 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막연하게 꿈꾸고 있던 해외 취업 및 이민에 대한 욕심이 더욱 생겼다. 어차피 빠른 시일 내에는 회사나 학교 때문에 힘들 것 같으니 꾸준히 준비해서 기회가 왔을 때 놓치고 싶지 않다.
- 성숙한 동료가 되기: 여전히 상당수의 조직에서 막내일 나이이긴 하지만 올해면 햇수로 5년 차 개발자가 되어버렸다. 이제는 주니어라고 우기기도 머쓱하고 슬슬 대학에 다니는 친구들도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정신을 똑바로 잡고 조금 더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마무리지으며
2023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 것 같다. 돌이켜보면 한 일이 많아서 그런 걸까. 2022년에서 2023년을 잘못 썼을 땐 어영부영 고칠 수 있지만 2024년은 고칠 수 없다는 말이 단지 다이어리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닌 것 같다. 23살과 24살이 느낌은 사뭇 다르다. 2023년은 이미 먼 옛날이 되어버린 것 같은 2024년의 두 번째 달에 작년을 돌아보고 올해를 시작하는 마음을 다잡아 본다. 원래 새해는 구정부터지. 2024년도 하다 보면 어떻게든 된다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건강하게 보낼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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